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공 던지듯 손쉬운 금융’을 표방하며 한국 핀테크의 상징이 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그러나 최근 토스 앱 내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광고 행태는 우리가 믿어왔던 ‘혁신’의 실체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대출을 권유하며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 동시에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채무 탕감’ 광고를 내걸고 수익을 챙기는 이 모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과연 정당한가.

1. 포식적 비즈니스: 대출 중개와 채무 조정의 위험한 동거
토스는 현재 대출 중개 수수료와 계열사인 토스뱅크의 대출 실행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금융 플랫폼의 본질은 신뢰다. 소비자의 신용 상태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최적의 상품을 연결하고, 건전한 상환 능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러나 토스는 이 책임의 선을 넘었다. 대출을 실행한 바로 그 어플리케이션에서 “원금 최대 95% 탕감 가능”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의 개인회생/파산 광고를 병행 노출하고 있다. 이는 카지노 입구에서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전 재산을 잃고 문을 나서는 이에게 파산 상담 명함을 건네는 포식적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돈을 빌려줄 때도 수익을 얻고, 고객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광고비를 챙기는 이 ‘양면 게임’은 금융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인 ‘이해상충 방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2. 금융 논리의 붕괴: “빌린 돈은 갚는다”는 전제의 실종
상식적으로 토스의 이러한 구조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유는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예·적금부터 대출 중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 비즈니스는 “빌린 돈은 갚는다”라는 단 하나의 전제 위에서 성립한다.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금융상품의 가격(금리) 산정부터 신용 평가 시스템, 나아가 금융 시장의 질서 전체가 붕괴한다. 그런데 토스는 대출을 팔면서 동시에 “갚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라는 메시지를 동일한 지면에서 노출한다. 기관의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교묘한 마케팅은 금융 플랫폼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3. 상식 밖의 행보: 병원이 보험금을, 대학이 채무 회피를 가르치는 꼴
토스의 행태를 다른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에 비유해보면 그 부조리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광고는 당연하지만, 치료와 동시에 “보험금을 최대한 많이 타내는 법”을 광고하지는 않는다.
- 대학교에서: 학업 성취를 돕는 상담은 마땅하지만, 등록금을 받은 직후 “자퇴하고 학자금 대출을 안 갚는 법”을 가이드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관이 설립된 본래의 목적과 가치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금융 플랫폼 역시 고객의 자산 증대와 신용 관리를 돕는 것이 본령이다. 하지만 토스는 고객의 ‘신용 상실’마저 수익 모델의 일부로 편입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윤리적 토대를 허물고 있다.
4. 불리한 진실의 은폐: ‘빚 탕감’ 뒤에 숨겨진 ‘신용 사형선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토스가 채무 조정의 ‘달콤한 유혹’만 강조할 뿐, 그 뒤에 따르는 가혹한 대가는 철저히 침묵한다는 점이다. 개인회생과 파산은 단순히 빚을 삭제하는 마법이 아니다. 이는 신용등급의 즉각적인 폭락, 수년간의 금융 거래 중단, 공공기록 등재 등 사실상의 ‘금융적 사형선고’를 의미한다.
하지만 토스의 광고 어디에도 이러한 치명적인 불이익에 대한 경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 95% 삭제”라는 자극적인 수치만 강조될 뿐, 이를 선택했을 때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신용 사회에서의 고립은 외면당한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요한 정보의 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을 뿐더러,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여 플랫폼의 수익만을 챙기려는 기만적 행위다.
5. 신용 사회의 위기: 모럴헤저드를 조장하는 ‘쉬운 파산’
“빚 못 갚아도 플랫폼이 안내하는 대로 회생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노출은 특히 금융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개인회생을 마치 손쉬운 해결책인 것처럼 오도한다.
신용 사회에서 개인회생과 파산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채무자를 위한 최후의 구제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토스의 광고는 이를 하나의 ‘금융 팁’처럼 가볍게 소비하게 만든다. 이는 고금리와 물가 상승 속에서도 빚을 갚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선량한 채무자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주며, 우리 사회가 쌓아온 신용의 가치를 뿌리째 흔드는 무책임한 처사다.
6. 약점을 파고드는 ‘맥락적 마케팅’의 잔인함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의 심리적·경제적 취약 상태를 이용한 부당한 권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토스의 채무 조정 광고는 사용자가 잔액/거래내역을 확인하는 등 금융 활동을 하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노출된다.
가장 취약한 순간에 던져지는 유혹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가장한 포획 마케팅이다. 고객이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제공한 데이터를 도리어 고객을 파산의 길로 유도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다가와야 한다.
7. 결론: 금융당국의 단호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
혁신은 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가 보여주는 현재의 행태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시대적 과제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이 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사실과, 그것이 금융 플랫폼의 핵심 기능 화면에 노출되는 것이 정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광고의 문제는 내용 그 자체보다, 어디에·언제·어떤 맥락에서 노출되느냐에 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 정보는 분명 필요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제도적 구제 수단이다. 그러나 대출을 비교하고, 상환 계획을 검토하며, 자신의 신용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접속한 금융 플랫폼의 핵심 지면에서 “원금 최대 95% 탕감 가능”이라는 문구가 병행 노출되는 순간, 그 정보는 중립적 안내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유혹으로 기능한다.
자산 관리, 대출, 신용 유지라는 목적을 가진 공간에서, 채무 불이행과 신용 붕괴를 전제로 한 서비스 광고를 병행 노출하는 것은 소비자의 취약한 심리를 이용한 맥락적 마케팅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하다.
금융감독원은 단순히 광고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 플랫폼이 지녀야 할 이해상충 방지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토스가 진정으로 금융의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면, 편리함 뒤에 숨겨진 독을 걷어내야 한다. 고객의 파산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플랫폼에게 우리는 더 이상 ‘혁신’이라는 왕관을 씌워줄 수 없다.
이 문제는 토스라는 단일 기업의 일탈을 넘어, 금융 플랫폼이 광고 수익과 금융 윤리 사이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첫 사례일지도 모른다. 허나 문제의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금융 플랫폼 내에서 대출·상환·신용 관리와 개인회생·파산 등 채무 조정 광고를 명확히 분리하고, 금융 행위 맥락에서는 후자를 배제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된다.
필자는 여러 차례 토스 고객센터에 해당 광고의 개선을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현재 금융감독원에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를 상대로 이 시안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토스뱅크는 1차적으로 해당 광고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집행하여 토스뱅크에 노출된 부분이라고 연락해왔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안내받기로 하였으며, 비바리퍼블리카의 진정성있는 답변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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